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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

너도 우리 사무실에 오렴

웨딩블렌드 2023. 2. 12. 15:15

한성컴퓨터 GK787S를 샀다. 체리 저소음 적축 풀배열 키보드.

1년 정도 사용하고 후기를 남긴다.


기계식 키보드가 써보고 싶었다. 나름대로 사유와 명분은 있었으나,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맨 밑바닥에 물욕이 있었던 것 같다. 당시의 나는 타건샵을 방문할 여력이 없었고, 아는 브랜드에서 나온 스펙 적당하고 그나마 저렴한 이 제품을 골랐다. 그리고 아마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도 비슷한 이유로 여기까지 찾아왔을 것이다.

나의 소감은 '불만족 요인이 있는 6.8점짜리 키보드'이다.

이 제품의 가격 대비 스펙은 훌륭하다. 이 가격에 체리 저소음 적축, PBT 이중사출 키캡, 알루미늄 보강판, 두툼한 흡음재… 등을 채택하였다는 점은 많은 커뮤니티에서 칭송받는다.

그러나 보통의 사무실에서 이 키보드는 키스킨을 씌운 로지텍 키보드와 경쟁하게 마련이다. 키스킨을 뺀 로지텍이 존재감을 드러낼 정도의 사무실이라면 저소음 적축은 (구름타법을 쓰지 않는 이상) 절대 저소음이 아니다.

기변에 이르게 된 GK787S의 주관적인 불만족 요인은 다음과 같다.

 1. 조용한 사무실에서 쓰기에는 너무 시끄러움
 2. 애매한 키압 (살살 누르면 입력이 안 되고 힘있게 누르면 바닥을 치게 됨)
 3. 힘있게 눌러 바닥을 치면 팅팅거리는 소리가 남
 4. 정이 안 가는 키캡 서체

그 밖의 문제를 좀 더 지적해 보면 다음과 같다.

 5. 특수문자 키캡 각인 좌우배치에 일관성이 없음
 6. 정품 키스킨이 없음

특수문자 키캡 각인은 보통은 상하로 배치해서, 시프트키를 누르지 않고 타건했을 때 입력되는 문자가 아래쪽, 시프트키를 누르고 타건했을 때 입력되는 문자가 위쪽에 오게 마련인데, 이 제품은 상하가 아닌 좌우로 배치를 했고 그 좌우배치에 일관성이 없다.

 I. 시프트키를 누르지 않고 타건했을 때 입력되는 문자가 왼쪽에 각인된 키들
  : `~  ,<  .>  /?  숫자키(1!  2@  3#...)

 II. 시프트키를 누르고 타건했을 때 입력되는 문자가 왼쪽에 각인된 키들
  : -_  =+  [{  ]}  \|  ;:  '"  한글키(ㅂㅃ  ㅈㅉ  ㄷㄸ...)

좌우배치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은데 일관성까지 없다는 점에서 명백히 잘못된 디자인이며, 키보드 배열을 전부 외우지 않은 부모님, 또는 이제 키보드 배열을 배워가는 어린아이와 함께 컴퓨터를 쓰는 상황이라면, 충분히 불편함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이다.

게다가 F1~F12 키의 각인은 펑션이 위쪽에, FN키와 조합하여 사용했을 때의 멀티미디어 핫키 기능(예: FN+F5 = 이전 곡 재생)이 아래쪽에 되어 있다. 상하가 뒤집혔나? 캡스록 키에는 ↓모양이 각인되어 있다. 대문자와 아래방향이 무슨 상관이지?

이 문제가 있는 키캡은 GK787S 유선, GK787B 블루투스 버전에만 사용된 것 같다. 그 외의 기계식 키보드 GK993B, Art Wireless 등은 상하 배치이고, 무접점 키보드 GK868B, GK888B, GK893B, GK898B 등은 정상적인 상하배치이다. 별매중인 이색사출 키캡도 상하배치이다.

만약 당신이 사무실에서 쓸 조용한 기계식·무접점 키보드를 찾고 있다면… GK787S는 그 답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 가격대의 저소음 적축 키보드 중 최선의 선택지 중 하나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사무실에서 쓸' 키보드로는 최선이 아닐 수 있다. 또한 바저적 덱저적은 있어도 한저적이라는 표현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에서, 커뮤니티 사람들이 이 키보드를 특별히 눈에 띄는 제품으로 평가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한무무는 있다. 한성 무접점 무선 키보드)

GK787S와 비슷한 가격대에서 다른 것을 하나 추천해 보면 앱코 AN04F 넌클릭이다. 유사축(특주축)이기는 하지만, 타건샵에서 두드려보았을 때 독보적으로 키감이 부드러웠고 상당히 조용했다. 글을 쓰는 지금 기준으로는 출시한 지 얼마 안 되었으니, 후기가 쌓이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시간이 없더라도 키보드를 구매하기 전에 타건샵을 한 번 들러볼 것을 권한다. 타건샵에서 두드려본 느낌이 사무실에서 그대로 재현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키를 몇 번 눌러본 것과 인터넷에서 사진과 스펙만 본 것 사이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존재한다.

내가 이 제품의 후속기로 구매한 것은 콕스 엔데버 오리지널 35g이었다. 디자인이 매우 마음에 들고, 소음은 음량이 상당하지만, 내가 듣기에 거슬리지 않는 보글거림이다. (엔데버는 텐키리스 디자인이다. 나는 왼손으로 텐키패드를 두드리는 것을 선호해서, 키보드 왼쪽에 필코 마제스터치 텐키패드2를 배치했다. 높이와 기울기가 딱 맞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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