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콕스 엔데버 오리지널 레트로 PBT 무접점 텐키리스 키보드 35g을 샀다.
2주 정도 사용하고 후기를 남긴다.
새 키보드를 고를 때 중요하게 생각한 조건은 3+3가지였다.
1) 저소음
2) 흰색과 연회색의 옛날 배색
3) 만족스러운 키감
4) (가급적) 유선 연결
5) (가급적) LED 없음
6) (가급적) 텐키리스
그동안 사용하던 한성 GK787S의 키압(스펙상 45g)은 나에게 좀 애매했다. 확실히 입력하기 위해 힘있게 누르면 바닥을 쳐서 손끝에 충격이 전해졌고, 팅팅거리는 소리가 났다. 고장난 라디오처럼 근무시간 내내 주절거리는 직장동료가 있을 때는 소음이 별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그 사람이 떠나고 난 뒤 알프스 목장처럼 조용해진 사무실에서 이 키보드가 퍼뜨리는 소리는 너무나 날카로웠다.
평화로운 사무실에 어울리는, 부드러운 소리가 나는 키보드. 키압도 적당히 낮고, 두드렸을 때 마음에 들고, 내가 동경하는 90년대 키보드 배색을 한 제품. 조건을 충족하는 키보드 중에서 엔데버 35g을 고른 이유는 무엇보다도
endeavour라는 그 이름이 나를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사무실에서 쓰기엔 제법 시끄러운 편이다. 소음을 음량과 음색의 두 측면으로 나누어서 살펴보았을 때 엔데버의 노뿌 무접점은 한성 GK787S의 저소음 적축보다 음량의 하한선이 크지만, 음량이 커져도 음색이 날카로워지지 않는 특징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엔데버는 살살 두드려도 제법 존재감 있게 둥둥거리지만, 비교적 힘있게 타건해도 음량이 커질 뿐 음색은 여전히 둥글둥글해서 덜 거슬린다.
물론 덜 거슬린다는 것은 주관적인 판단이며, 음색이 둥글둥글해도 음량을 조절할 필요는 있다. 음량 측면에서 엔데버는 GK787S보다 큰 소리를 내는 키보드이다. 음량을 조절하려면 적당한 힘으로 눌러야 하고, 키보드가 요구하는 '적당한 힘'이 내가 따라가기 편한 수준의 힘이라면 음량 조절에 유리하다. 엔데버 35g은 그 점에서 나에게 잘 맞는 키보드였다.
엔데버 35g을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고민이 되는 포인트가 몇 가지 있을 것이다. 다음은 그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답변이다.
Q1. 키압이 낮으면(35g) 손가락만 올려도 눌리는가?
: 가끔 그럴 때가 있다. 그리고 아주 가끔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듀얼모니터의 왼쪽 화면에 PDF파일을 띄워놓고 오른쪽 화면에 엑셀을 띄웠는데, 나는 PDF파일을 읽고 있지만 활성화된 창(키를 누르면 값이 입력되는 곳)이 엑셀이라면, [1]키 위에 손가락을 올려놓고 PDF파일을 읽다가 엑셀의 엉뚱한 칸에 111111이 입력되어도 눈치채지 못할 수 있다.
다만 스치기만 해도 입력이 될 정도로 예민하진 않았다. 시도때도없이 1이 입력되는 것이 아니고, 아주 가끔씩 111111이 입력되는 것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35g에서도 자주 111111이 입력될 수 있으며, 같은 사람이 사용하더라도 책상이나 의자의 높이에 따라서 111111이 입력되는 빈도가 달라질 수 있다)
FN+F9를 눌러 스트로크 깊이를 조정할 수 있다. 하이, 로우 두 가지 중 하이로 설정하면 좀 더 깊게 눌러야 키가 인식이 된다. (만약 기본 설정이 로우라면, 스트로크 깊이를 하이로 바꿈으로써 111111의 발생 빈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다. 기본 설정이 로우인지 하이인지는 매뉴얼에 나와 있지 않다)
Q2. 엔프로텍트 등 보안 프로그램과 충돌하면 먹통이 되는가?
: 안 그런 것 같다.
nProtect와 충돌한다는 글을 읽고 구매를 잠깐 망설였는데, 보안 프로그램이 종류별로 깔려 있는 작업 환경에서 2주일 정도 사용하면서 먹통 문제는 한 번도 겪지 않았다.
한때 그러한 충돌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지금은 해결된 것 같다. 보안 프로그램이 최신 버전이라면, (비슷한 불편함을 먼저 겪은 소비자가 제조사에 의견을 보내고, 제조사는 보안 프로그램 개발사에 의견을 보내서 문제를 해결했을 테니) 더 이상 충돌하지 않을 것이다.
Q3. 뽑기운이 필요한가?
: 약간은 그런 것 같다.
나는 ㅓ키의 키압이 상당히 낮은 제품이 걸렸다. ㅓ를 누를 때마다 훅 들어간다는 느낌이 든다. 왼손으로 ㅓㅏㅣ를 눌러보고 오른손으로 ㄴㅇㄹ을 눌러보는 식으로 누르는 손을 바꿔 비교해봐도 ㅓ만 훅 들어간다.
그나마 다행히 특정 키에서만 소음이 심하게 나는 불량은 안 걸린 것 같다.
엔데버 35g을 사용하면서 느낀 주관적인 만족감은 다음과 같다.
I. 디자인이 예쁘다
1. 모디열 각인이 세로정렬은 가운데, 좌우정렬은 왼쪽으로 인쇄되어 있다. (고전적)
2. 흰색과 연회색의 옛날 배색
3. 크림색과 웜 그레이가 떠오르는 따뜻한 톤
II. 촉감이 좋다
1. 반들반들하지 않고 적당히 가슬가슬한 표면
2. 좀 더 오목하게 들어간 ㄹ키와 ㅓ키
3. 적당히 가볍고 부드러운 키감
III. 타건음이 마음에 든다
IV. 기타
1. 유선 연결
2. LED가 없음
3. 케이블이 도톰함
4. 없는 것보다는 나은 방수
물론 내가 엔데버의 디자인에 100% 만족하는 건 아니다. 키캡에서만 다섯 가지의 불만족 요인을 제기해볼 수 있다.
1. 아름답지 못한 서체
디자인에 관심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Helvetica를 추앙하고 Arial을 깐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러나 두 서체를 칼같이 구별하기는 어렵다. 가장 많이 티가 나는 건 대문자 G와 R이다. 공교롭게도 어지간한 키보드의 G와 R은 헬베티카 스타일의 서체로 각인된다. 그중 G의 꼬다리는 이중사출 가공을 할 때 불량률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도 있지만, 디자인에 관심 많은 서양 너드들의 눈이 무서운 것인지 그동안 쌓인 노하우가 워낙 많아 그 정도는 문제 없이 처리할 수 있어서인지, 헬베티카 스타일의 세리프를 꿋꿋이 달고 나온다. 엔데버의 G와 R도 헬베티카 스타일이다.
대문자 C와 소문자 a, e도 꽤 차이가 나지만 그렇게까지 티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엔데버의 Ctrl, Enter, Pause 등 모디열의 C, a, e는 애리얼 스타일로 새겨져 있다. 이중사출 방식을 감안한다면 애리얼의 C, a, e가 좀더 생산성에 유리하다는 점을 어느 정도 감안할 필요는 있으나, 헬베티카와 애리얼이 뒤섞인 잡탕밥 같은 냄새를 풍긴다.
한글 서체에서 헬베티카의 지위를 차지한 서체는 당연히 윤고딕 100번대(이하 윤고딕¹⁰⁰)이겠지만, 헬베티카의 헤리티지까지 차지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헬베티카는 세련된 서체이면서, 1957년에 개발된 오래된 서체이기도 하다. 윤고딕¹⁰⁰은 세련된 서체이지만, 1994년에 개발되었다는 점에서 아주 오래된 서체는 아니다.
윤고딕¹⁰⁰은 '덜 현대적인' 고딕체의 군더더기를 덜어냈다는 점에서 세련된 서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윤고딕¹⁰⁰보다 좀 더 '옛날 냄새를 풍기는' 서체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 출처 - https://www.yoondesign-m.com/125
좀 더 옛날 냄새를 풍기는 서체 중에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중고딕과 견고딕이다. 1992년에 개발된 한글 2.0때부터 있었던 서체이다. 중고딕과 견고딕의 차이는 굵기(무게)이다. 중고딕과 견고딕으로 '섬'을 써 보면, 윤고딕¹⁰⁰의 설명에 나온 "군더더기"를 확인할 수 있다.
※최정호 선생은 오래 전에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60년대 말 70년대 초 모리사와社와 샤켄社의 의뢰를 받아 여러 가지 한글 서체의 원도를 그렸고, 디자이너 안상수의 의뢰를 받아 1988년에도 한글 원도를 남겼다. 그러나 이 서체들은 제때 전산화되어 빛을 볼 수 없었다.
모리사와 계열 서체는 사진식자기에서 사용되다 2016년에야 복원되었다. 글을 쓰는 지금 구입할 수 있는 건 14종 중 일부, 그것도 웹폰트뿐이다. 샤켄 계열 서체 중 샤켄 중고딕은 애플고딕의 기반이 되었으나, 당시 맥 사용자들은 애플고딕을 싫어했다.(**) 최정호의 1988년 원도는 2017년에 최정호체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었는데, Std 버전은 완성형 정도를 겨우 커버할 뿐이다(Pro 버전은 아직 개발중이다).
모리사와 중고딕과, 샤켄 중고딕에 기반했다는 애플고딕에서도 '군더더기'를 확인할 수 있다. 저 군더더기가 생긴 이유에 대해서, 서체 디자이너 이새봄은 최정호가 서체를 만들던 당시는 국한문 혼용기였고, 돌기가 있는 한자 서체와 어울리게끔 고딕체에도 돌기(부리)를 넣었다는 설명을 했다. (아래 링크 중 '샤켄 계열 서체' 참고)
모리사와 계열 서체 - https://kr.morisawa.co.jp/about/news/3452
샤켄 계열 서체 -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1089855
최정호체 -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4150829
(**) 낮은 해상도의 화면으로 본 애플고딕의 가독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애플고딕이 기본 서체이던 시절, plist파일을 수정하거나, 다른 서체 파일을 AppleGothic.ttf, AppleGothicBold.ttf로 이름만 바꾸어 시스템 폴더에 집어넣어서 서체를 바꿔 쓰는 맥 사용자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Arial에 대한 Hevetica의 우월함이 Arial을 탑재한 윈도우에 대한 Helvetica를 탑재한 맥의 우월함으로 이어지는 묘한 논리가 적지 않은 맥 사용자들의 자부심(?)이었으나, 정작 최정호 선생의 뼈대 있는 디자인에 뿌리를 둔 애플고딕을 가독성 떨어진다고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이 킬링포인트다. 가독성 측면에서는 Arial이 Helvetica보다 나은 부분이 있다는 의견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역사가 중요하다면 애플고딕도 헬베티카처럼 높이 받들어야 하고, 가독성이 중요하다면 애리얼도 맑은 고딕 정도의 존중은 받을 만하기 때문이다.
Arial의 가독성 - https://eprosiding.idbbali.ac.id/index.php/imade/article/download/398/295/
치수(measurement)로 살펴보았을 때 Arial의 가독성이 Helvetica보다 나은 부분이 있다고 본 논문(페이지 넘버 325-326)
적극적으로 옛날 냄새를 풍기고 싶다면 키보드 서체의 ㅁ, ㅂ, ㅇ을 군더더기가 있는 중고딕 스타일로 새기면 된다. 좀 더 모던하고 싶다면 윤고딕¹⁰⁰ 스타일로 새기면 된다. 그런데 엔데버의 한글 서체는 이런 논의가 무색할 정도로 근본을 알 수 없는 서체이다.
ㅊ, ㅎ의 윗부분이 二가 아닌 ㅗ의 형태를 했다. 중고딕이든 윤고딕¹⁰⁰이든 ㅎ의 윗부분은 二이다. 산세리프 서체에서 ㅊ, ㅎ의 윗부분을 ㅗ로 그린 서체는, 대체로 윤고딕 200번대·700번대, 맑은 고딕 등 상대적으로 최근에 디자인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한 서체들이다. ㅊ, ㅎ의 윗부분을 ㅗ의 형태로 하는 것은 레트로와 거리가 먼 선택이다. 불량률을 낮추기 위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 헤드라인 등은 옛날 서체이지만 ㅗ이다. 굵은 서체에서 가로로 두 획을 그으면 사이를 띄우기 어렵기 때문에 이렇게 한 것으로 보인다. (이론적으로 사이를 띄우더라도, 신문용지에 인쇄하였을 때 잉크가 번져 획이 붙을 수 있다)
한편 맑은 고딕은 작은 글자를 화면에 띄울 때 뭉쳐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ㅊ, ㅎ의 윗부분을 ㅗ의 형태로 하였다고 한다.
참고 - https://linegap.tistory.com/12
ㅅ, ㅈ, ㅊ의 아랫부분이 부드러운 곡선의 人이 아닌 직선의 ∧이다. 이 또한 불량률을 낮추기 위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이 산으로 드리프트했다는 생각은 들지만, 간만에 창의적인 글쓰기가 되었으므로 편집하지 않을 생각이다.
2. 나쁜 커닝(kerning)
글자 모양에 따라 적당히 간격을 조정하는 것이 커닝이다.
로마자를 배열할 때 커닝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애매하게 잘못 띄어쓴 것처럼 보인다. 엔데버에서 거슬리는 부분은 Tab(Ta b), Shift(Shif t), Win(W in), Alt(A lt)이다.
보기 좋게 글자 간격을 좁히면 플라스틱 부분의 폭이 좁아지고, 좁아진 부분에서 크랙이 날 수 있다. 불량률을 낮춰볼 생각으로 최소한의 폭을 확보하느라 커닝이 나빠졌다면 디자인에 있어서는 마이너스 요소가 되는데, 그렇다면 모디열을 이중사출이 아닌 염료승화나 레이저 각인으로 처리하면서 디자인을 챙기는 것을 택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성은 GK787S에서 로마자만 이중사출이고, 한글은 레이저 각인이다. 두 가지 방식으로 키캡에 글자를 새겨도 어느 정도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힌트가 된다)
3. 레트로하지 않은 모디열
Tab, Shift, Backspace, Enter 키에 화살표 [↹], [⇧], [←], [↵]가 없다. 백스페이스 키에 있는 화살표 끝이 <형태로 있었다면 "◀가 더 좋았을 텐데" 정도의 배부른 품평을 했겠지만, 아예 화살표가 없다. 이중사출 가공 시 변수가 될 만한 것을 없애고 싶었던 것 같다.
Print Screen, Scroll Lock, Insert, Delete, Page Up, Page Down은 모든 글자를 쓰지 않고 PrtSc, ScrLk, Ins, Del, PgUp, PgDn으로 줄여 썼다. 고전적인 키보드에서 저 키의 글자는 줄여 쓰지 않았다. (넘버패드 쪽에는 줄여 쓴 예가 있긴 하지만, 그건 넘버패드니까 그런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중사출 가공 시 불량률을 낮추고 싶었던 모양이다.
참고 - https://www.rtings.com/keyboard/reviews/ibm/model-m
윈도우 키의 각인은 로마자 Win, 메뉴 키의 각인은 아이콘 [☰]로 하였다. 일관성이 없고, [☰]는 모든 키 중에서 가장 이질적이다. 엔터 키에도 화살표가 없을 정도로 기호를 찾아보기 어려운데 메뉴 키에만 기호가 새겨져 있다. 메뉴 키를 로마자 Menu로 각인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4. 계단 방식으로 깎지 않은 CapsLock
고전적인 느낌을 내고 싶다면 CapsLock은 계단 방식으로 깎은 형태가 좋다. 하지만 엔데버의 CapsLock은 밋밋한 평면이다.
5. 한/영 키를 구현하지 않았지만, 역슬래시 키 자리에 원화 기호를 병기함
한/영, 한자 키가 없는 기계식·무접점 키보드의 오른쪽 Alt와 Ctrl에 각각 한/영, 한자가 각인될 때가 있다. 실제로 그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엔데버는 Alt와 Ctrl만 각인했다. 이렇게 하면 시각적으로 깔끔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한글 키보드로서의 정체성을 조금은 희석시킨다. 그런데 역슬래시[\] 키에 역슬래시[\], 브로큰 바[¦], 원화 기호[₩]를 함께 새겼다.
이건 족보가 뒤섞이는 각인이다. 역슬래시 키를 눌렀는데 원화 기호가 찍힌다면 지금 서체가 윈도우 기본 서체(맑은 고딕, 바탕, 돋움, 굴림, 궁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워드 프로세서를 열어 다른 서체를 지정하고 역슬래시 키를 눌러 보면 멀쩡히 역슬래시가 나온다. 그러니까 도스 시절에는 역슬래시 키를 눌렀는데 원화 기호가 찍힐 일이 사실상 없었던 셈이다.
시프트+역슬래시 키를 눌러서 나오는 문자를 브로큰 바[¦]로 렌더링하는 것은 도스 시절의 유산이다. 도스박스로 Mdir을 구동하거나, 또는 도스박스 자체에서 명령어를 입력할 때 시프트+역슬래시 키를 눌러 보면 브로큰 바가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글 워드프로세서의 오래된 서체인 명조·고딕·샘물·필기에서도 이 문자를 브로큰 바로 렌더링한다. 한 줄로 이어진 버티컬 라인[|]이 나오는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도스 시절의 느낌을 살리고 싶다면 역슬래시와 브로큰 바, 윈도우 기본 서체의 전통을 따르자면 원화 기호와 버티컬 라인을 각인하면 된다. 원화 기호와 브로큰 바는 만날 이유가 없는 조합이다. '표시해 놓지 않으면 사람들이 원화 기호를 찾아 헤맬까 봐' 원화 기호도 새겼다면, 오른쪽 Alt키에 한/영은 왜 안 새겼는지 물어보고 싶다. 원화 기호를 찾아 헤맬 사람보다 한/영 키를 찾아 헤맬 사람이 좀 더 많을 것 같은데 말이다.
(****) 그냥 이렇게 되는 건 아니고, 키보드 레이아웃을 한글 키보드(101키) 종류 1로 설정해 주어야 한다. 텐키리스 키보드도 101키 종류 1이면 된다. (Windows 10 기준 설정→시간 및 언어→언어→기본 설정 언어 : 한국어, 클릭, 옵션→하드웨어 키보드 레이아웃, 레이아웃 변경) 만약 레이아웃이 103/106키로 되어 있다면, 오른쪽 Alt와 오른쪽 Ctrl은 그냥 Alt와 Ctrl로만 기능한다.
하지만 이러한 불만을 모두 해결한 PBT 이중사출 키캡이 5만원~10만원짜리 옵션이라면, '에라, 화룡점정이다' 하는 마음으로 지르더라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격을 맞추는 과정에서 디자인이 희생되었든, 디자인을 희생하였으므로 그 가격에 팔 수밖에 없게 되었든 엔데버 오리지널은 어느 정도 가성비를 확보한 키보드이고, 그러는 동안 키캡에서도 적잖이 원가를 절감해야 했을 것이다. 옛날 느낌을 중시하는 사람으로서 아쉬움은 남지만, 그래도 이만한 가격에 이 정도 키캡이면 받아들일 만은 하다고 생각한다.
'장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도 우리 사무실에 오렴 (IV) (0) | 2024.01.01 |
---|---|
청바지 3종 구매 후기 (로가디스, 닥스, 클럽모나코) (0) | 2023.08.19 |
너도 우리 사무실에 오렴 (II) (0) | 2023.02.14 |
너도 우리 사무실에 오렴 (0) | 2023.02.12 |
띠어리(Theory) 할인을 기다리며 (2) | 2022.10.30 |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