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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어리(Theory) 할인을 기다리며

웨딩블렌드 2022. 10. 30. 22:07

띠어리에서 바지 두 장과 니트 한 장을 샀다. 그리고 구매 예정인 재킷 한 장과 니트 한 장 정도가 더 있다. 백화점, SSF샵, 오프라인 아울렛 매장 등에서 띠어리 의류를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띠어리 상품은 한 시즌이 지나면 30% 세일을 하고, 두 시즌이 지나면 40% 세일을 한다. 몇몇 상품은 끝물에 60%까지 세일이 들어간다. 편의상 이 글에서 30% 할인은 시즌오프, 40% 할인은 아울렛, 60% 할인은 클리어런스로 부르도록 하겠다.

백화점 매장에서 볼 수 있는 할인은 30% 정도가 한계이다. 시즌이 완전히 끝나면 상품을 아울렛으로 넘기기 때문에, 40% 이상 할인하는 상품을 보려면 프리미엄 아울렛 매장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몰에서 봤던 마음에 드는 상품이 아울렛 매장에 걸려 있을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그래서 띠어리의 옷 구경은 제 시즌에 해 두어야 한다.



신상을 비싼 돈 주고 산다는 것은, 지금 당장 이 옷을 입을 수 있다는 경험의 가치를 사는 것이다.

23SS시즌의 옷을 23년 봄에 사면,
- 30% 할인을 받고 23년 가을에 산 사람보다 '봄 옷을 봄에 입는 한 시즌의 경험'을 더 누릴 수 있고
- 40% 할인을 받고 24년 봄에 산 사람보다 '두 시즌의 경험'을 더 누릴 수 있다.

정가가 백만 원일 때 '한 시즌의 경험'의 가치는 30만 원, '두 시즌의 경험'의 가치는 40만 원인 셈이다. 적은 금액은 아니다. 옷이 확실히 아울렛이나 클리어런스까지 넘어간다는 보장이 있다면 기다리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옷이 거기까지 가지는 않는다. 기다리다가 못 살 수도 있다. 신상을 비싼 돈 주고 산다는 것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차액을 지불하고서라도, 지금 당장 반드시 갖고 싶은가?'

띠어리(Theory) 할인 테이블


○ (SSF샵 기준) 띠어리 신상에는 기본적으로 5%의 할인이 적용된다.

① 분기별로 받는 10,000 기프트 포인트를 아껴 두었다면, 5% + 10,000원 할인된 가격에 옷을 살 수 있다. (회원 등급이 높다면 더 많은 기프트 포인트를 받는다) 모든 SSF샵 회원에게 보장된(?) 혜택이라는 점에서, 이 지점의 가격을 기준으로 삼았다.

② 분기별로 받는 10,000 기프트 포인트를 아껴 둔 상태로 시즌오프를 맞이했다면, 30% + 10,000원 할인된 가격에 옷을 살 수 있다. 쿠폰과 기획전이라는 변수 없이, 한 시즌을 기다린 끝에 확실하게 맞이할 수 있는 할인이다.

③ 한 시즌이 지난 띠어리 상품에 적용될 수 있는 쿠폰은 자주 발행되지 않는다. 생일 쿠폰, 시크릿 쿠폰, 컴백 쿠폰 정도이고, 할인 한도는 1만 원~3만 원 정도이다. 10,000 기프트 포인트와 2만 원짜리 할인쿠폰을 확보했다면, 30% + 30,000원 할인된 가격에 옷을 살 수 있다.

④ 분기별로 받는 10,000기프트 포인트를 아껴 둔 상태로 아울렛 NEW ARRIVAL을 맞이했다면, 40% + 10,000원 할인된 가격에 옷을 살 수 있다. 쿠폰과 기획전이라는 변수 없이, 두 시즌을 기다린 끝에 확실하게 맞이할 수 있는 할인이다.

⑤ 두 시즌이 지난 띠어리 상품은 아울렛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아울렛 슈퍼 위크 때 발행된 아울렛 쿠폰이 적용될 수 있다. 50만 원 이상 제품을 구매할 때 5만 원을 깎아 주는 쿠폰이 가장 센 쿠폰이다. 기프트 포인트가 소진된 상태에서 아울렛 슈퍼 위크를 맞이했다면, 40% + 50,000원 할인된 가격에 옷을 살 수 있다. 아울렛 슈퍼 위크 때까지 그 상품이 품절되지 않아야 하고, 발행된 쿠폰이 그 상품에도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운이 좀 따라야 하는 딜이다.

⑥ 몇몇 상품은 끝물에 60% 할인이 들어간다. 셔츠·바지·니트 등 단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상품은 클리어런스 상품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크지만, 값비싼 아우터는 악성재고가 되더라도 아울렛 슈퍼 위크 이상의 할인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운이 따라야 하는 딜이다.

①→②로 갈 때의 할인 폭이 가장 크고, 그 다음이 ⑤→⑥이다.

물욕과 절약 사이에서 타협을 보고 싶다면 춘추복은 시즌오프까지만 기다려도 충분하다. (한여름이나 한겨울에 입는 옷이라면 아울렛 NEW ARRIVAL까지만 기다리면 된다. 역시즌때 품절되지 않은 상품은 대부분 아울렛까지 살아서 간다)

절약 쪽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싶다면 춘추복은 시즌오프 때 할인쿠폰이 들어오기를 기다려서 구매할지, 다음 시즌을 기다릴지가 문제가 될 것이다. 할인쿠폰이 알맞은 때에 도착해서 지금 구입하면 한 시즌 동안 충분히 옷을 입을 수 있다면, 한 시즌의 경험과 불확실성의 해소에 그만한 차액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를 고민하면 된다. 100만 원짜리 옷이라면 차액은 8만 원이다.

아울렛까지 살아남았다면 슈퍼위크나 클리어런스 욕심이 날 수도 있다. 기다리는 동안 옷 때를 놓칠 위험을 먼저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겨울 옷을 살 생각이고 지금이 초겨울이라면, 슈퍼위크가 늦겨울에 열려서 몇 번 못 입어보고 다음 해로 넘겨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위 시뮬레이션에서 계산한 차액은 4만 원이다. 비싼 겨울 아우터라면 한 시즌을 확실히 즐기는 값으로 그 정도를 치른다 생각하고, 슈퍼위크가 열리기 전 시즌 초입에 구입할 수도 있다.

슈퍼위크가 제때 열릴 것이라는 판단이 선다면 내가 원하는 상품이 슈퍼위크 전에 품절될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고려하면 된다. 한겨울 옷을 살 생각이고 아직 가을이라면,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쯤에 슈퍼위크가 열릴 수 있으니, 품절되지 않을 것 같다면 슈퍼위크를 기다려볼 만하다.

클리어런스를 기다리고 싶다면 내가 원하는 상품이 클리어런스 상품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클리어런스까지 가지 않고 판매가 중단될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를 먼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생각보다 클리어런스까지 가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클리어런스까지 가면 대박' 정도의 느낌이고 물건을 갖고 싶은 마음이 좀 더 크다면 슈퍼위크 때 구매하는 편이 나을 수 있고, '이건 60% 할인 들어가야 적정가이지, 40% 할인은 여전히 비싸' 라는 생각이라면 클리어런스를 기다리고, 클리어런스까지 넘어가지 않는다면 안 사는 전략을 취할 수도 있다.



띠어리의 상품은 어느 정도 일물일가의 법칙을 따른다. 같은 시즌의 셋업 재킷이라면, 소재가 달라도 가격은 동일하게 책정되는 편이다. 그래서 998,000원짜리 띠어리 재킷이 울 95% 이상이라면 '조금 세긴 한데…' 정도의 반응이 나오겠지만, 998,000원짜리 재킷이 레이온 52%, 나일론 27%, 폴리에스터 14%, 폴리우레탄 7%라면 '누가 이 돈 주고 이걸 사'를 외치게 되는 것이다. 글자로 표현되는 스펙에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으니까 말이다.

당연하지만 '누가 이 돈 주고 이걸 사'의 느낌이 강하게 드는 상품이 살아남아서(?) 아울렛이나 클리어런스까지 갈 가능성이 크다. 울 95% 이상의 SS시즌 띠어리 재킷은 상당수가 시즌오프까지 가기도 전에 품절된다. 춘추복으로 활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으면서 '돈 값'을 한다는 느낌이 확실히 들기 때문이다. 울 95% 이상의 FW시즌 띠어리 재킷은 시즌오프까지는 무난히 가는 편이다. 추동복 성향이 강해서 초봄에는 칙칙하고 늦봄에는 더워서 활용도가 SS시즌 재킷보다는 낮기 때문이다.

인기상품이 비싼 값에 팔려나가고,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는 상품이 (할인이 적용되어) 싼 값에 팔려나가는 모습을 보면, 소비자 개개인이 '이만하면 합리적인 거래이다' 라고 생각하는 가격에서 거래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별 소비자의 소비자잉여는 비슷해지는 셈이다)



백화점에서 옷 구경을 하다 보면 소재는 영 파인데 입어 보았을 때 마음에 드는 상품이 있다. 이런 것들은 아울렛 슈퍼위크나 클리어런스를 기다리면서 버텨볼 가치가 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투자상품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는 것과 같다.

나일론 폴리 혼방 재킷은 할인이 들어가도 비싼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전투용으로 자주 입어서 본전을 찾는다는 역발상이 가능하다. 나일론은 내구성이 좋고, 폴리에스터는 염색을 잘 먹고, 폴리우레탄은 스판기가 있어 입었을 때 편하니까. 전투용 재킷이 반드시 중저가 브랜드여야 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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