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장비

너도 우리 집에 오렴 (IV)

웨딩블렌드 2021. 10. 2. 22:39

Seiko SPB209J1을 샀다. 일명 알피니스트 썬빔 포레스트.

선레이 다이얼, 센터세컨드 논크로노, 기계식, 가죽줄. 단정한 조합이다. 구운 양반김의 반사광을 닮은 다이얼과 계단 신주 같은 인덱스가 톤온톤으로 어울린다.

 


옆구리에 아기자기한 굴곡이 들어가 있어, 두께에 비해 옆모습이 예쁘게 잘 나온 편이다. (로렐 복각 알피니스트 SPB241, SPB243, SPB245의 옆구리는 굴곡 없이 실린더처럼 뻗어 있어서 상당히 두꺼워 보인다) 12시와 6시 방향의 밑동을 어슷썰기로 깎아넣은 디테일이 센스 있다. (두꺼운 시계에 가죽줄을 끼우면 저 부분이 멍청해보일 수 있는데, 접선으로 맞닿을 곳을 평행선처럼 지나가게 한 것이다)

인덱스의 마감은 훌륭하나 핸즈의 마감은 아쉽다. 루페로 들여다보면 당연히 거칠고, 시침과 분침의 야광면을 둘러싼 테두리의 마감은 맨눈으로 봐도 매끄럽지 않다. 가죽줄의 엣지코트 마감도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 이 가격대의 시계에서는 어쩔 수 없는 한계─는 무슨, 실구매가 90만원 내외의 조그마한 공예품이 여기서 힘을 빼면 그럼 어디다 힘을 준단 말인가.

X마크, Automatic, 20BAR 레터링이 어울릴 듯 말 듯 아슬아슬한데, 구형 알피니스트의 Automatic, DIASHOCK 23 JEWELS, 20BAR보다는 그나마 (말 그대로 그나마) 봐줄 만하다. 줄간격이 확보되고 글씨가 줄어들어 시각적 긴장이 해소되었기 때문이다.

가죽줄이 뻣뻣해서 손목에 착 감기는 맛은 부족하다. 직원의 말로는, 처음에는 넉넉하게 착용하다가 가죽줄이 손목의 곡선을 따라 휘기 시작하면 한 칸씩 줄여서 딱 맞게 착용하면 된다고 한다. 버클은 D버클이다. 버클 옆구리는 유광이어서 지문이 아주 잘 묻는다.

시분침을 돌리는 용두는 스크류 방식인데, 이너베젤을 돌리는 용두는 스크류 방식이 아니다. 명목상 200m방수이지만 진짜로 잠수를 하기에는 조금 불안하다.

70시간 파워리저브는 금요일 저녁에 풀와인딩을 해 두면 월요일 아침까지 버텨준다는 점에서 실용적이다. (주말에 다른 시계를 찰 수 있으니까. 나는 워치와인더를 좋아하지 않는다)

동글동글한 모습이 귀엽고, 반짝이는 광택이 보기 좋고, 배색이 마음에 든다. 잘 길들여서 오래 차야겠다.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