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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 2020. 6. 27.

구분 : 점심(런치) - 65,000원


3000일 기념 점심식사. 매니저의 배려로 룸을 배정받아서, 조용히 맛과 향을 음미할 수 있었다.


※사진의 색재현이 썩 만족스럽지 않다. 저조도 환경에서 고감도를 사용하였고, 나의 후보정 실력이 부족한 탓이다.

※메모를 하지 않았고, 메뉴판에 적히지 않은 듯한 음식 또한 제공받았기에, 메뉴 이름이 정확하지 않다.





[ 식전 한입 ]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참치 김말이, 생선회, 토마토와 치즈, 어묵.


김말이는 부각처럼 매우 바삭하고, 짭짤하게 간이 되어 있어 입맛을 돋운다. 대가리 쪽이 무겁고 표면이 미끈해서, 젓가락으로 집으면 미끄러질 위험이 있다. 받침대 째로 들어서 입에 가져가거나, 손으로 집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생선회가 식전 한입으로 나온 것이 인상적이었다(생선의 종류는 듣고 잊어버렸다). 일식 코스요리의 초반에 회(お造り, 오츠쿠리)가 나오는 예가 있고 한식 코스요리에서도 초반에 회를 내기도 하나, 그 순서를 아뮤즈 부쉬로 끌어올린 것은 꽤 과감한 시도였다.


토마토에 올라간 치즈는 담담했다. 여러 가지의 음식이 주어진다면 담담한 맛에서 강한 맛으로 진행하는 것이 보통이고, 그 강한 맛은 소금 간이나 향신료 따위로 연출하게 마련인데, 짠맛과 감칠맛의 임팩트는 김말이가 가장 강력했다. 그 충격을 생선회로 씻어내고 향취가 강하지 않은 치즈로 나아가면서 점점 기름진 맛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변화를 시도한 듯했다.


어묵은 따뜻하고 담백했다.





[ (아마도) 참치 또띠아 칩 피자 ]


짭짤한 참치 프링글스 맛. 식감이 바삭하고, 트러플 오일이 기름진 참치의 느낌(오도로)을 연출하였고, 깻잎 비슷한 향을 내는 채소가 향긋했다. 더운 날씨에 걸어 오는 동안 조금 지쳤었는데, 입맛이 확 살아났다.





[ 잣, 콩, 새우튀김이 들어간 곡물 수프와 옥수수 빵 ]


시원한 수프다. 고명만 담겨 나오고, 수프 국물은 서버가 테이블에서 곧바로 부어준다. 덕분에 온기와 바삭함이 남아 있는 새우튀김을 먹을 수 있었다. 콩국수 느낌이 난다. 콩국수→국수→소바→소바엔 새우튀김(…?)이라는 의식의 흐름 끝에 새우튀김을 넣지 않았을까?


옥수수 빵은 아주 따뜻하고 달콤하다. 수프에 찍어서 먹으라고 하였는데, 정말 잘 어울렸다.






[ 흰살 생선 ]


부산에서 올라온 생선이라고 했다(생선의 종류는 듣고 잊어버렸다). 갈치나 삼치처럼 기름진 맛이다. 가운데에 있는 검은빛 나는 것은 다진 고사리이고, 초록색 무늬를 연출한 것은 바질 오일이다. 생선 위에 올라간 가느다란 허브는 향이 강했다. 기름지면서도 향긋한 핫플레이트였다.






[ 이베리코 스테이크와 엔다이브 보쌈김치, 목련차 ]


목련차가 먼저 나오고, 스테이크와 보쌈김치가 나중에 나왔다. 훈연한 고기를 상자에 담아 와서 개봉하는 퍼포먼스가 생략된 것이 아쉬웠지만, 덕분에 고기의 맛과 향에 집중할 수 있었다. 시어링한 표면은 과자처럼 바싹 구운 삼겹살처럼 바삭했고, 고기의 안쪽은 간장조림한 안심살처럼 감칠맛이 느껴졌다. 엔다이브 김치는 묵은지에 가깝게 푹 익어 있었고, 양념이 강하지 않았다. 덕분에 보쌈의 형태로 즐겼을 때 고기의 맛을 방해하지 않았다.





[ 초계국수, 육전, 파김치 ]


쇠고기까지 나왔다. 업계 기준으로는 실비봉사. (그리고, 메인으로 돼지고기를 골랐던 것은 신의 한 수)


초계국수의 닭고기에는 달콤하고 짭짤한 양념이 되어 있었고, 오이 고명은 새콤했다. 면은 아주 탱글탱글하게 잘 삶겼다. 육전은 깻잎 비슷한 향이 나서 고기 맛에 겨웠던 입에 잘 맞았고, 따뜻하고 촉촉했다. 파김치는 파의 아린 맛이 제어되어 있어서 초계국수와 육전의 향미를 방해하지 않았다.







[ 얼그레이 망고 아이스크림 ]


사과 모양의 아이스크림. 바깥은 얼그레이 아이스크림, 안쪽은 망고 셔벗이다. 꼭지는 초콜릿이고, 바닥에 깔린 것은 쿠키 크럼블이다. 반으로 쪼개면 삶은 계란을 닮은 단면이 나온다. 국수→삶은 계란→삶은 계란 모양이 나오는 아이스크림(…???)이라는 의식의 흐름 끝에 아이디어를 얻지 않았을까? 홍차 아이스크림으로서는 매우 고급스러운 향이고, 얼그레이와 망고의 어울림이 좋았다.





[ 마카롱, 밤 양갱, 녹차 양갱, 생초콜릿, 차 ]


쁘띠 프루. 나무에 매달린 열매처럼 연출되었다. 마카롱은 쫄깃했고, 밤 양갱은 달콤했고, 녹차 양갱은 적당한 쓴맛이 있었고, 생초콜릿은 겉면은 쓰고 안쪽이 무척 달콤했다. 보이차는 중간중간 맛을 정리하기에 좋았다. (이날의 차는 루이보스, 보이차, 쑥차 중에 고를 수 있었다. 나는 그중 보이차를 골랐다)




도사 바이 백승욱의 장점은 '이해할 수 있는 새로움'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적인 퓨전에 대한 강박에 짓눌리지 않으면서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한국적인 터치를 가하고자 한 셰프의 고민을 따라가고, 연출의 의도를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 이러한 재미가 (마치 감상자의 이해 실패가 작가의 승리로 이어지는 듯한) 현대미술처럼 터무니없이 높은 곳에 있지 않고, 저만치의 적당한 높이에 있다. 그러한 사려깊은 친절함이 있어, 기회가 될 때마다 재방문하고 싶은 식당이다.




재방문 의사 : 🌸🌸 (매우 강함 -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오고 싶음)

추천 의사  : 🌸🌸 (매우 강함 - 파인 다이닝 런치 코스를 찾는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권하고 싶음)




1) 돈 내고 먹었습니다.

2) 메뉴 구성과 가격은 바뀔 수 있습니다.

3) 메뉴 이름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메모 안 했습니다). 피드백 주시면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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