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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여행

홋카이도 패키지 여행 후기

웨딩블렌드 2019. 9. 14. 12:22

홋카이도 여행 후기를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여행을 다녀온 시기는 2018년 여름부터 2019년 봄까지이다. 이 글은 '여러 가지 이유에도 불구하고' 홋카이도 여행을 구상중인 사람을 위해 남기는 글이다.

 

 

 

 1. 왜 홋카이도인가

 

 홋카이도 여행의 강점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자연+소도시 : 여름의 후라노·비에이, 겨울의 눈(여행이 가능한 적설량, 설경, 스키장 등), 도동의 습지와 호수, 왓카나이 그 근처의 섬 등. 여기에 더해, 삿포로·아사히카와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지방 소도시의 형태를 하고 있다.

 

 2) 일본 여행의 장점이 유지됨 : 치안, 위생, 서비스, NO팁, 무난한 음식, 짧은 기간의 여행에 적합(오전 출국-오후 귀국).

 

 3) 미식 : 홋카이도산 식재료는 일본에서도 고급인 경우가 많으므로, 식사에 어느 정도 투자한다면 합리적인 가격에 만족스러운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반면 홋카이도 여행의 단점도 있다.

 

 1) 긴 이동거리 : 길에서 쓰는 시간이 상당히 많고, 관광지에서 쓸 수 있는 시간이 적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사고, 어디에서 어떻게 사진을 찍을지 미리 생각해 두고 현지에서는 재빨리 움직여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삿포로·오타루·노보리벳츠·도야를 둘러보는 전형적인 패키지의 이동거리가 350~400km, 후라노·비에이·오비히로가 들어가면 500~600km정도 된다. (후쿠오카 국제공항─가고시마를 왕복하면 600km 정도이다. 가고시마를 여행하는 패키지가 KOJ를 내버려두고 FUK을 이용하면 뻘짓이겠지만, 후라노·비에이를 가는 패키지가 AKJ를 내버려두고 CTS를 이용하는 경우는 흔하다)

 

 2) 삿포로 면세점과 오타루 : 패키지 여행의 걸림돌. 3박 4일 일정의 금쪽같은 마지막날을(정도가 심하면 첫째날도) 잡아먹는다. 하코다테, 왓카나이, 도동 같은 곳을 패키지로 간다면, 삿포로와 오타루를 들르지 않는 코스는 30만원을 더 주고서라도 고를 만한 가치가 있다.

 

 3) 밋밋함 : 꽃이 한창인 후라노·비에이, 눈꽃이 한창인 겨울 정도를 제외하면 홋카이도만의 시그니처라고 할 만한 풍경은 없다. 교토·오사카·도쿄 등의 고전적인 여행지에 비해서는 관광 스폿이 부족한 편이다.

 

여행지를 최대한 묶어서 다녀오면, 세 번 정도에 홋카이도 관광지 대부분을 둘러볼 수 있다. 각각 3박 4일~4박 5일 정도 잡으면 조금 빠듯하지만 괜찮게 다녀올 수 있다.

 

 1) 하코다테 코스 : 노보리벳츠, 도야, 오누마공원, 하코다테

 2) 도동 코스 : 아사히카와, 후라노·비에이, 도동(아바시리, 시레토코, 구시로 등)

 3) 왓카나이 코스 : 왓카나이 +아사히카와, 후라노·비에이

 

 

 

 2. 삿포로 시내관광과 오타루

 

북해도 패키지 여행에서는 면세점에 사람을 풀어놓기 위해 삿포로에 가고, 삿포로에 온 김에 오타루에 들른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고, 내 의견 또한 그러하다(ㅋㅋㅋㅋ).

 

북해도 구청사는 꽤 잘 지은 붉은 벽돌 건물이고, 오오도리 공원은 이만한 도시에 이만한 공원이 있다는 점에서 감동적이며, 시계탑은 지금까지도 작동한다는 점에서 꽤 놀랍기는 하다. 하지만 결국은 명동 쇼핑하러 가는 길에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숭례문을 둘러보는 식의 관광일 뿐이다.

 

삿포로와 오타루는 자유여행으로 즐기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삿포로에는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런치 코스를 제공하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 많이 있고, 도시의 서쪽에 이러한 레스토랑과, 마루야마 공원과, 미술관이 있다. 오타루에는 유리공예품 전시관이 있고, 이런저런 은행의 옛날 석조 본관이 있고, 아기자기한 공예품 판매장도 있고, 맛있는 초밥집도 있다. 패키지 관광에서 사람을 풀어놓으면 오오도리 공원에서 한두 시간, 오타루 시내에서 한두 시간을 주는데, 이런 것들을 즐기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오오도리 공원 근처에서 괜찮았던 곳은 도립은행 갤러리(유리창 너머로 미술작품을 볼 수 있도록 전시해 놓았다), 빵집 겸 카페 Trois였다. 벚꽃이나 눈꽃이 피는 시즌이라면 공원에서 인상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 않은 평범한 계절에는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빵과 커피(또는 와인과 치즈)를 즐기는 것이 괜찮은 선택일 것 같다.

 

오타루에서 괜찮았던 곳은 젓가락을 비롯한 공예품을 파는 곳(간판에 箸자가 있었다. 遊膳 小樽店), 그리고 관광객의 집결 장소로 자주 쓰이는 대합실 같은 곳 매점의 크레미아 실크 아이스크림이었다. (오타루 오르골당 근처에 정말로 장사 안 되는 헬로 키티 카페가 한 곳 있었다. 뜨내기 손님들에게 얼마나 시달렸는지, '음료를 사지 않을 거면 앉지 말라'는 취지의 안내를 하고 있었다. 오타루 한정 헬로키티 MD같은 건 팔고 있지 않았다─매우 중요)

 

비즈니스 호텔의 세미더블 객실은 진짜로 좁다. 침대도 좁고, 캐리어 두 개를 펼쳐놓을 자리도 마땅찮다. 세미더블을 이용해본 적이 없고 두 명이 한 방을 쓴다면, 추가 요금을 지불하고 간곡히 부탁해서라도 트윈이나 디럭스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 (혼자 하는 여행이라면 세미더블도 괜찮을 수 있다)

 

 

 

 3. 죠잔케이, 노보리벳츠, 도야 +시코츠코, 니세코, 토마코마이

 

북해도 패키지에서 자연을 담당하는 관광지이다. 온천, 호수, 스키 리조트, 승마장 등이 있다.

 

내가 방문했던 곳은 죠잔케이와 시코츠코이다. 별 기대 하지 않고 갔는데, 정말 만족스러웠다.

 

죠잔케이는 영혼이 담긴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천마을이다. 방도 널찍했고, 온천도 널찍했고, 디너 뷔페에서는 마블링이 좋은 쇠고기 스테이크가 무제한으로 나왔다(홋카이도 각지의 향토 요리도 있었고, 튀김은 일식집 코스의 튀김처럼 바삭했고, 튀김을 찍어 먹는 소금도 다섯 가지 정도가 제공되었다). 북해도에서 조용히 쉬다 오는 여행을 원한다면 다른 데 헤매지 말고 죠잔케이의 평 좋은 리조트에서 2~3박 하면서 하루는 산책하고 하루는 수영하고 삼시세끼 먹고 자면 딱 좋을 것 같다.

 

시코츠코는 깔끔하고 차분한 호수였고, 그곳으로 가는 좁고 긴 도로가 마음에 들었다(광릉수목원 가는 도로를 조금 닮았는데, 자작나무가 듬성듬성하고 길이 곧다). 이곳에도 숙소가 있는데, 미즈노우타(水の歌)는 조금 북적대는 곳에 있고, 큐카무라(休暇村)는 호수가 곧바로 내려다보이지는 않지만 조용한 곳에 있다(각각, 불국사 앞 먹자골목의 숙소와, 조금 먼 곳에 돌아앉은 코오롱호텔 정도의 느낌이다). 여건이 된다면 1~2박을 하면서 호수를 산책하고, 미즈노우타에서 런치 뷔페를 즐기고, 호수에서 유람선이나 카누/카약을 타면 좋을 것 같다.

 

 

 

 4. 후라노·비에이, 아사히카와 +오비히로

 

후라노·비에이에 꽃이 활짝 피는 7~8월이나 천지에 눈이 쌓인 겨울이 아니면 별로 볼 것 없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2의 홋카이도 패키지 코스로 안착한 곳인데, 내가 생각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①3박 4일 일정을 짜면서 삿포로와 오타루를 큰 무리 없이 끼워넣을 수 있어서, ②오비히로에 온천이 있으니까.

 

오키나와의 우미카지테라스가 블로그의 그 사진을 기대하고 가면 안 되는 곳이듯, 이곳도 인터넷에서 본 그 사진을 기대하고 가면 안 되는 곳이다. (나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는지, 켄과 메리 나무에 두 번 갔는데 두 번 다 비가 왔고 꽃도 안 피었었다)

 

후라노·비에이의 구릉지에는 밭에 공룡알이 굴러다니지 않고, 전깃줄이 나오지 않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방향이 있기 때문에 이리저리 고민을 한다면 한국과는 다른 맛이 있는 들판 사진을 남길 수 있으므로, 희망을 가슴에 품고 열심히 머리를 굴려 봄이 좋다. 카레가 맛있다는데, 식당 운이 없었던 것인지 그냥저냥이었다(삿포로 시내의 수프 카레가 내 입에는 훨씬 맛있었다). 이 지역에서 만든 감자·옥수수로 만든 수프, 밀크 푸딩 비슷하게 생긴 레어 치즈 케이크는 정말 만족스러운 기념품이었다.

 

아사히카와는 간단한 관광(아사히야마 동물원, 미우라 아야코 기념관), 라멘(아사히카와 라멘무라), 숙박(후라노·비에이보다 방값이 싸다) 등의 이유로 들르는 곳이다.

-동물원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방문한다면 소소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펭귄이 걷는 모습은 사진으로 볼 때가 더 귀엽고, 사진 찍을 때 새치기하는 중국인은 싫고, 어린이대공원 동물원만큼이나 올드한 곳이다. 그래도 직원은 친절하고, 연식에 비해 관리는 잘 된 편이다).

-미우라 아야코 기념관은 조용한 분위기와 육각형 눈 결정을 형상화한 건축물이 마음에 들었다.

-라멘은 가이드의 추천을 따르거나 사장의 추천을 받아 고르면 무난하다. 시오보다 미소가 더 느끼한(?) 신기한 경험을 했다(시오는 닭육수고 미소는 돈코츠가 베이스였던 것 같다).

-아사히카와의 조식은 오비히로보다는 못했다. 똑같은 체인의 비즈니스 호텔인데도 그러했다. '손이 많이 가는 메뉴' 몇 가지가 없고, 좀더 간편하게 서빙할 수 있는 메뉴와 덜 끈끈하고 덜 들척지근한(외국인과 타지 여행자를 의식한 듯한) 메뉴 몇 가지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오비히로가 있는 토가치(十勝)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는 고장이다. 비즈니스 호텔의 조식도 맛있고(손이 많이 가는 현지 메뉴가 몇 가지 더 놓여 있었다), 식물성 온천이라는 특이한 온천이 있고, 지자체는 지역 특산물로 만든 과자를 관광객에게 선물한다(맛있었다. 과자 기념품은 이곳에서 사면 좋을 것 같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토가치(十勝) 브랜드의 요거트와 치즈도 맛있었다.

 

이 블로그의 <북해도, 봄> 사진 연작 (I), (II)의 대부분은 오비히로에서 촬영한 것이다.

 

 

 

 5. 하코다테 +오누마공원

 

3박 4일로 다녀오기는 애매한 패키지. ①하코다테 직항이 없어 이동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②삿포로·오타루가 하코다테 가는 길의 반대방향이라 코스 짤 때 쇼핑 넣기가 힘들고(하코다테가 NO쇼핑 프리미엄 패키지로 모객이 될 만큼 핫한 곳도 아니고), ③도야-하코다테 구간은 외길이나 마찬가지여서 내려가는 길에 관광을 하며 내려가면 올라올 때에는 그냥 이동만 해야 한다. 짧은 기간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일본 여행의 장점을 살리기가 너무나 어려운 코스다.

 

하코다테는 야경이 아름답고 고료카쿠와 모토마치가 있는 곳이며, 오누마 국정공원은 편안히 쉬었다 가기에 좋은 곳이다. 아직 방문하지 못한 곳들인데, 노보리벳츠, 도야가 포함된 패키지로 먼 훗날에는 다녀오고 싶다.

 

 

 

 6. 도동(아바시리, 시레토코, 구시로 등)

 

아사히카와 직항편, NO쇼핑 프리미엄 패키지라면 3박 4일로도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이쯤 되면 휴가에 맞춰 패키지를 고르는 게 아니라, 출발 가능한 패키지에 맞춰 휴가를 내야 하는 코스이다. 자연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더없이 만족스러운 여행지였다. 설경을 좋아한다면 겨울에, 푸르름을 좋아한다면 여름에 먼저 다녀올 것을 권한다. (돈과 시간이 있다면 계절마다 한번씩 다녀와도 좋다)

 

이 블로그의 <북해도, 겨울> 사진 연작 (I), (II)는 도동에서 촬영한 것이다.

 

 

 

 7. 왓카나이, 레분, 리시리

 

북해도의 땅끝, 일본인들에게도 낯선 일본, 선진국의 낙도,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섬여행. 독특한 매력과 낭만적인 아이러니가 있는 곳이다. 푸른 산과 깃털 같은 구름, 여행객을 반기는 사람들의 온기, 도시처럼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최선을 다하는 서비스가, 나에게 아주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홋카이도는 매력 있는 여행지이다. "자연·음식·문화·쇼핑이 모두 해결되는, 3박 4일로 다녀올 수 있는, 시차 없고 치안 걱정 없는 여행지"라는 점에서 대체 불가능한 곳이다. 그들 나름대로의 아픔이 있는 땅이라는 점에서(아이누, 아바시리, 보신전쟁의 하코다테…) 본토와는 조금 다른 마음으로 돌아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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