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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미분류

생활공부법 2

웨딩블렌드 2020. 2. 4. 22:37

이직 후 출근 일곱 달째. 생활공부의 기반이 잡혔다. 생각했던 바를 실천해 보았고, 가능했고, '이게 되는구나' 싶어 간단히 글로 남긴다.


 I. 주 15시간 : 생활공부 시즌의 하한선


내가 생각하는 생활공부의 하한선은 주 15시간이다. 직장에 다니면서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1주일에 15시간은 공부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주 15시간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1. 특수대학원의 9학점 수업을 따라가면서(주 9시간) 간단히 복습(주 6시간)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

 2. 평일 4일은 매일 2시간 공부하고, 주말에 7시간을 나누어 공부하는 정도의 분량


많은 직장인이 특수대학원 비논문 코스를 통해 이 정도 공부해서 그들 나름의 성취를 이루어 왔으니, 생활공부에도 비슷한 기준─주 15시간을 적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항상 주 15시간을 공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운동 선수에게 시즌이 있듯이, 공부하는 사람에게도 시즌이 있다. 자격증이나 어학점수를 취득하기 위해 공부하는 기간이 그 예이며, 이른바 한달컷 시험이면 그 한 달 동안은 주 15시간 이상을 확보하는 식으로 시즌을 보내면 된다.


이런 단서가 필요한 이유는 1년 내내 주 15시간 이상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가정이 있을 것이고, 업무량이 늘어나는 시기가 있을 것이고, 운동에 집중하거나 여행을 떠나야 하는 계절이 있을 것이니까.


시즌 내내 주 15시간 페이스를 유지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학점은행 2~3과목을 동시에 수강하는 시즌을 예로 들면 수업만 듣는 시기에는 주 10시간, 시험·과제·퀴즈 등이 있는 시기에는 주 20~25시간을 투입하여 학기 평균 주 15시간+@을 맞출 수도 있다. (+@가 필요한 이유는, 주 15시간 밑으로 페이스가 내려가면 공부의 맥이 끊어지고, 그것을 보상하기 위해서는 플러스 알파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좀 더 높은 성취를 원한다면 더 많은 투입이 필요할 수도 있다. 주 20시간이, 주 25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투입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II. 효율적인 시간 활용 :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주어진 시간 안에 마치기


계획한 시간을 초과하여 공부하는 것은 야근과 같다. 피할 수 없다면 해야겠지만, 적을 수록 좋고, 없으면 더 좋다.


예전 직장은 나에게 시간을 낭비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시간 버리지 마. 너 방금 여기 오는 데 5초, 거기 가는 데 5초 썼다. 왕복이면 10초야. 동선 생각해. 두 번 움직일 거 한 번만 움직여. 그러면 시간 안 모자라."

나의 야근을 말리던 지금 직장의 상관도 비슷한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너 조금 전에 이거 하느라고 5분 썼어. 그거 쌓이면 하루에 한 시간, 일주일에 몇 시간 된다. 그러다 야근하는 거야."

듣기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모두 사실이었다.


공부도 비슷하다. 많고 어렵고 버겁고, 잠을 줄여야 할 것 같고 이번 주에도 운동을 못 할 것 같겠지만, 버려지는 시간을 줄이다 보면 주어진 시간 내에 공부를 마칠 수 있고, 다른 것을 희생하지 않아도 된다.


 1. 시동을 빨리 건다.

  1) 공부할 시간이 되면 공부할 장소로 간다.

  2) 공부할 장소에 가서 앉았으면, 공부를 시작한다.

 2. 한 번 걸린 시동을 꺼뜨리지 않는다.

  1) 쉬는 시간에는 눈을 감고 음악 2~3곡을 듣는다.

  2) 쉬는 시간 음악이 끝나면,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


시동을 빨리 걸어야 한다. 전업수험생이 아침 공부를 망쳤다면 그날의 공부 목표량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직장에 다니며 공부하는 사람이 도서관에 오자마자 30분을 놀아버렸다면 그날의 공부 목표량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시동이 걸리는 환경을 결정하고, 그 환경이 조성되었을 때 곧바로 공부를 시작하는 습관을 몸에 들이면 시동이 빨리 걸린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A. 책상에 노트북을 펼친다.

 B. 자리에 앉아 공부를 한다.


 가. 도서관에 간다.

 나. 공부를 한다.


 天. 카페에 간다.

 地. 음료를 주문하고 공부를 한다.


카공족은 카페-공부라는 연합이 형성된 사람들이라는 교육심리학적 설명(?)이 가능하다. 왜 카페에서 공부하냐, 도서관이 있는데. 왜 굳이 노트북을 사냐, PC가 있는데. 이런 식의 지적질에도 일리는 있지만, 조건-반응이 그렇게 간단하게 마음대로 형성되지는 않는다. (그렇게 간단했다면 전문가의 행동수정요법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았겠지)


노트북을 쓰면 인터넷강의에 집중할 수 있는데 PC를 쓰는 동안은 딴짓을 하게 된다면 노트북을 사서 쓸 필요가 있다. 도서관은 가기 싫지만 카페는 갈 만하고, 집에서는 공부가 안 되지만 카페에서는 공부가 된다면, 카공이라도 하는 편이 낫다. 시동을 걸고 공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건-반응이 형성되었다면, 조건을 오염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공부를 하기 위해 노트북을 샀고 공부를 하기 위해 카페에 갔는데 거기서 노트북으로 게임을 한다면… 왜 노트북을 사냐, PC가 있는데. 왜 굳이 카페에 가냐, 도서관이 있는데.


만약 PC가 없고 노트북만 있고 노는 시간에 게임을 해야 한다면 '공부를 하기로 결정한 공간'(도서관이든 카페든)에서는 노트북으로 공부만 하고, '놀기로 결정한 공간'에서 노트북으로 게임을 하는 식으로 조건 하나를 더 붙이면 된다. 그렇게 하면 도서관이나 카페에서는 노트북-공부 연합이 유지된다.


시동이 걸렸다면 공부하는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한 만큼만 쉬고, 휴식이 끝나면 곧바로 공부를 재개해야 한다. 나는 시즌에는 휴식시간에 음악 2곡을 듣는다. 플레이리스트에 딱 2곡만 걸고, 눈을 감고 음악을 듣는다. 음악이 끊어지면 눈을 뜨고 공부를 한다.


그래도 유혹은 존재한다. 즐겨찾기 바에 있는 다른 사이트나, 홈 화면에 있는 다른 앱들을 클릭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 자리에 신호가 되어줄 만한 상징을 배치하고, 상징-공부 연합을 형성해야 한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던 날, 스마트폰 홈 화면에 시험날짜 디데이를 띄웠다. 🔪-79. 디데이를 볼 때마다 스마트폰 화면을 끄고 공부를 했다(그다지 우아한 방법은 아니었다). 조금 사람 꼴을 갖추고 나서는‍ 👩‍🎓-27을 썼다(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면서도 훨씬 편안한 이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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