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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회사의 경리팀에라도 들어갈 생각으로 회계관리 2급 공부를 시작한 것이 벌써 2년 전 일이다. 지금은 작은 사무실에서 전표를 처리하는 일을 하며 먹고 산다. 아는 사람들,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들을 통해 들은 이야기와, 내 생각을 바탕으로 회계 자격증의 쓸모에 대한 글을 남겨본다.




 1. 회계사, 세무사, 그 외.


회계 자격증 부동의 1위는 회계사이다. 세무사는 회계 필드에서는 2위이다. 그 외의 회계 자격증은 무엇이든 결정적이지 않다. 마치 '대한민국 3대 사학'의 세 번째 학교 같은 느낌이다.


나머지 자격증은, 일하면서 CPA나 CTA를 따는 게 너무 힘드니까 ①공부를 겸해서 ②가시적인 성과를 남기려고 따는 것이다. 따라서 CPA나 CTA만큼 범용적이지 않고, 인지도도 낮은 편이다.


따라서, 결정적인 자격증으로 기회를 잡고자 하는 전업 수험생이라면 회계사, 세무사를 목표로 할 필요가 있다. 그 외의 자격증이라면, 취득가능성과 직무연관성에 무게를 두고 목표를 잡으면 될 듯하다. (자격증 수험판에 뛰어들었다면 합격이 최우선이고, 쓸모가 그 다음이다. '좀 더 알아주는 자격증'이 어떤 것인지 고민할 필요는 거의 없다. 고민까지 필요한 자격증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2. 관련 경력 > 전공 > 나이 > 자격증.


당연히 경력이 가장 중요하다.


그 다음은 전공이다. 상경계를 주전공으로 하고, 회계 전공과목을 꽉꽉 채워서 들었다면 (채용담당자가 당신의 성적표에 적힌 과목명을 훑어본다는 전제 하에) 회계팀 취업에 나름대로 도움이 될 것이다.


경력도 없고 주전공이 직무와 무관하다면 자격증이라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인사담당자는 자격증에 대한 기대를 크게 하지 않는 것 같다. TAT가 있다면 '더존은 금방 쓰겠네', 그 정도의 느낌이다. ("TAT 1급은 부가가치세·소득세·법인세가 시험범위니까, 이 지원자는 세무회계에 대한 전문성이 높겠군!"은 홍보만화에서나 나올 만한 전개이다)


좀 더 높은 자격증을 따고 내년을 노리는 것보다는, 올해 안에 딸 수 있는 자격증을 빨리 취득하고 올해를 노리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 나이가 좀 더 중요하게 작용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CPA나 CTA 정도의 자격증은 한두 살의 나이를 뒤집고도 남음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좀 더 높은 자격증'은 재경관리사(vs회계관리 2급), 전산세무(vs전산회계), TAT(vs FAT), IFRS관리사 등을 가리킨다.




 3. 한 걸음 앞선 공부


막내일 때에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던 지식들이, 갑자기 필요해지는 순간이 온다. 그때 필요한 지식의 수준은, 눈앞에 닥치고 나서 공부하기에는 버거울 수 있어도 내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높지는 않다. (그 정도로 어렵다면 회사가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당신에게 맡길 리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걸음 앞서서 미리 해놓는 공부는 언젠가는 도움이 된다.


※미리 공부할 지식의 가치를 평가할 때에는 현재가치로 할인해야 한다. 공부를 하고 나서 시간이 지나면 일부를 잊어버리고, 다른 일부는 기억이 변형되어 오개념이 되고, 또 얼마간은 지식 자체가 낡아버려 그 가치가 떨어진다. 100시간을 들여 공부를 해도 시간이 지나면 20시간 정도의 가치만 남고, 80시간의 노력은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대체로 느리게 변하는 지식이 빠르게 변하는 지식보다 유리하다. 원가회계는 한 번 깊이있게 공부해 두면 두고두고 잘 써먹을 수 있는데, 세법이나 세무회계는 공부하고 나서 2~3년 손을 놓으면 아는 것도 아니고 모르는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가 되어버린다. 따라서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둘 중에 원가회계를 먼저 공부하고, 세법·세무회계는 미리 공부하더라도 입문 수준으로 훑어두었다가 눈앞에 닥쳤을 때 디테일을 공부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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