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경영대학원 2학기를 수료한 원우들이 많이 하는 고민은 아마도 "석사논문을 써야 할까?"일 것이다. 이것에 대한 답은 쉬우면서도 어렵다.

 1. 석사논문을 완성할 수 있다면, 쓰는 것을 추천한다.
 2. 완성할 자신이 없다면, 처음부터 안 쓰는 것을 추천한다.
 3. 쓰다가 포기하면 어느 정도 손해를 본다. (졸업은 가능하다)

석사논문은 일정한 가치를 가진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 가치를 인정하였으므로 굳이 이 글에서 되풀이하지는 않겠다. 석사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은 귀중한 연구경험이고, 당신이 학위 콜렉터가 아니라면 아마 인생에 한 번 있을 희귀한 경험이 될 것이다. 쓸 수 있다면, 쓰는 것이 좋다.

그러나 직장인이 석사논문을 쓴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양적연구를 해본 경험이 없고, 논문을 작성해서 투고한 경험이 없고, 주어진 시간 안에 결과물을 낼 수 있으면서 적당히 새로운 연구 주제를 정해두지 않았다면 특히나 어려울 것이다.



직장인이 방송대 경영대학원 석사논문에 도전해볼 만한 조건을 찾아 보면 다음과 같다.

 1) 1학년 여름방학에 영어시험 통과 (또는 어학시험 점수 제출)
 2) 1학년 겨울방학에 졸업시험 통과
 3) 2학년이 되기 전에 양적연구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 습득
 4) 적당한 연구 주제가 있음
  - 석사논문이 될 만한 주제임
  - 선행논문에서 글의 구조, 접근법, 자료 수집과 통계 처리 등을 참고할 수 있음

만약 이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논문은 접는 편이 현명하다. 1학년을 마쳤는데 영어시험도 졸업시험도 통과 못 했고 논문주제조차 나오지 않았다면 1년 안에 시험 치고 논문 써서 졸업할 수가 없다. 직장인이 공부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과 노력은 한정되어 있고, 그 총량으로는 저 과업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건 1), 2), 3)을 갖추려면 1학년 1학기와 2학기에 각각 9학점씩 꽉꽉 채워 듣고, 졸업시험에 나오는 과목을 우선적으로 수강하고 경영데이터분석도 수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1학년 때 듣고 싶은 과목만 듣고 영어와 졸업시험을 미뤘다가는 2학년 때 고생할 것이다. 내가 선호하지 않는 과목을 듣고 방학 때에도 쉬지 못하며 영어와 졸업시험을 준비하다 보면,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연구주제가 떠오르지 않고 시간이 없으니 논문을 제대로 쓸 수가 없다.

※논문을 쓰지 않을 계획이어도 1학년 때 학기당 9학점씩 꽉꽉 채워 듣고 영어와 졸업시험을 해결해 놓는 것을 추천한다. 직장에 다니며 코스를 1년 따라가면 사람이 어느 정도 지치게 되어 있고, 공부하는 동안 직장에 투입하던 시간과 노력을 줄인 여파가 2년차에 몰아치게 마련이니까. 1학년 때 많은 것을 해결해 놓으면, 2학년 때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비교적 무난하게 논문을 뽑아낼 수 있는 분야는 마케팅이다. 브랜드나 상품에 대한 고객의 인지도, 선호도, 고객경험 연구 등은 마르지 않는 샘이다. 찾다 보면 남들이 연구하지 않은 조합이 나오고, 이론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 결과를 예상할 수 있어 실패확률을 줄일 수 있고, 설문조사 등을 통해 해당 분야에서 이론을 실증한다는 학술적 명분도 있다. 만약 당신이 마케팅을 전공하고, 적당한 연구 주제가 떠올랐다면 석사논문 작성에 도전해볼 것을 권한다.

직장인이 석사논문을 뽑아내기 어려운 분야는 회계금융과 경제정책이 될 것이다. 비교적 쉽게 입수할 수 있는 측정값을 이런저런 통계기법으로 돌려보는 연구는 남들이 다 해봤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남들이 안 건드린 분야? 자료 긁어서 통계 돌려 보면 그림이 안 나와서 논문을 안 썼기 때문에 안 건드린 것처럼 보였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이 분야는 처치라는 것을 해 보기가 어렵다. 평범한 직장인이 기업의 재무비율을 움직여볼 수 있을까? 특정 분야의 경제정책을 입안해볼 수 있을까? 재무비율 변화에 따른 실적의 변화나 경제정책 입안에 따른 각종 지표의 변화를 측정할 수 있다면 매우 흥미로운 논문이 되겠지만, 평범한 직장인이 시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경영대학원의 석사논문을 riss.kr 에서 찾아보면 된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일곱 편이 보인다. 제목을 보면 마케팅이 대세다.



퇴로를 열어놓고 석사논문을 작성하는 학우들은 보통 코스워크 30학점, 논문연구 I/II 합쳐 6학점을 수강한다. 논문이 통과되면 계획대로 졸업하고, 논문이 통과되지 않으면 코스워크 30학점으로 졸업하는 것이다(후자라면 논문연구 I/II 학점은 보통 버려진다).

석사논문을 작성하지 않는 학우들은 최소 졸업 요건인 코스워크 30학점을 듣거나, 꽉꽉 채워서 36학점을 듣는다. 30학점은 대학원 생활이 여유로워지고, 36학점은 더 많은 전공 강의를 듣고 졸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석사논문을 쓰다가 포기하면 고생은 36학점 이상으로 한 끝에 코스워크 30학점만 건져서 졸업하는 셈이 된다. 충분히 준비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은 것이라면, 그래도 의미 있는 도전이었으니 인생의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이왕이면 다홍치마 정도로 간단히 생각하고 시작했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논문에 손 대지 말 걸' 하는 후회가 남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석사논문 작성 여부는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할 필요가 있다.

여러분의 결정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남긴다.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