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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제목은 '회계학 전공의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자 하는 당신에게'로 바꾸는 편이 좀 더 적절할 것이다. 그러나 구글이나 네이버에 저렇게 긴 키워드를 넣을 사람이 없을 테니(ㅋㅋㅋㅋ) 덜 적절하지만 보다 직관적인 현재의 제목을 유지할 생각이다. 아무튼, 이 글에서는 회계 전공의 경영학 석사를 '회계학 석사'로 칭하도록 하겠다.

국내 대학원에서 말 그대로의 회계학 석사를 취득하기는 어렵다. 회계학과가 독립되어 있는(경영학과의 세부 전공이 아닌) 대학교의 대학원조차도, '경영학 석사(회계 전공)'이라 표기된 학위기를 수여하고 있다. '학위의 종류 및 표기 방법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회계학 석사는 대학의 장이 학칙으로 정해야만 수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계학 석사를 꿈꾸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학계에 뜻을 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미국 유학과 미국 취업을 동시에 노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직장에 다니면서 회계 공부가 하고 싶어서' 회계학 석사를 취득하고자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겠다. 그야, 내 이야기니까.

여기서 잠깐. 회계 공부가 하고 싶다면 굳이 석사를 따야 할까? 물론 다른 길도 있다.

 1. 직장인 대상 교육 수강 (국민내일배움카드, 고용보험환급과정 활용)
 2. 사이버대학교 경영학과(회계학과) 3학년 편입

'공부' 자체에 뜻이 있고, 국민내일배움카드나 사업주 고용보험환급과정을 활용할 수 있다면 직장인 대상 교육을 수강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자비부담이 적거나 없고, 비교적 검증된 실무 위주의 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내일배움카드 지원대상이 아니거나, 사업주가 고용보험환급과정 교육비를 내주지 않는다면 다음 방법을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경영학과(회계학과) 편입은 강의의 구성과 볼륨 면에서 아주 좋은 선택일 수 있다. 3학년으로 편입하면 2년간 70학점을 수강하고 졸업하게 된다. 경희사이버대학교 세무회계학과에는 고급회계, 회계감사, 기업진단, 재정학, 조세정책론, 정부·비영리회계 등의 과목이 있는데, 학점은행제나 석사 코스워크에서 찾기 힘든 과목들이다. 회계와 세법을 함께 배우고 싶다면, 숭실사이버대학교 세무회계학과에 충분히 많은 과목이 개설되어 있으니 이를 고려할 만하다.

1번과 2번을 뒤로 하고 회계학 석사를 꿈꾼다면, 무엇을 무릅쓰고 무엇을 얻어낼지 명확히 해야 한다. 무릅써야 할 것은 많다. 비싼 학비, 학부 1~2학년 전공필수 수준의 코스워크 과목 구성, 적은 강의 볼륨… 직장에 다니며 회계를 깊이 있게 공부하기에는 좋은 조건이 아니다. 이것들을 감내했다면 많은 것을 얻어 와야 한다.

석사 과정에서 해볼 수 있는 것으로는 졸업논문 작성, 소논문 작성, 원서 읽기, 영어 논문 읽기, 학회 참석, 발표 등이 있다. 직장인 대학원생이라면 피하고 싶은 것들뿐이겠지만─1번이나 2번이 아닌 대학원 석사 과정이니까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직장인이나 학부생도 원서를 읽을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읽어본 것'과 '코스워크 때 한 학기 동안 배운 것'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전자는 그냥 읽은 것이고, 후자는 교수의 지도와 피드백을 받으며 학습·연구한 것이기 때문이다. 학회에 개인 자격으로 참석한 것과, ○○대학교 대학원생 신분으로 참석·발표한 것의 차이도, 마찬가지로 생각보다는 크다.

물론 석사 자체의 메리트도 있다. '관련분야 석사학위 이상 보유자', '관련분야 석사학위 취득 후 O년 이상 실무경험 보유자'라는 지원자격의 허들을 넘을 수 있고, 이력서 학력 칸에 '대학원 졸업 이상'이라 기입할 수 있다. (어쩌면 이게 논문 작성이나 학회 참석보다 중요할 수도 있겠다)

직장에 다니면서 회계학 석사를 따기로 작정했다면, 길은 크게 둘로 나뉜다.

 1. 원격 수업을 하는 적당한 경영대학원
 2. 출석 수업을 하는 명문대 경영전문대학원

적당한 경영대학원의 장점은 ①코스를 따라가기 쉽고, ②학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며, ③30학점을 이수하면 졸업논문을 쓰지 않고 비교적 수월하게 졸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명문대 경영전문대학원의 장점은 ①명문대의 대학원이고, ②동문이 좀 더 강력하며, ③45학점을 이수해야 하므로 코스의 볼륨이 충분하다는 점이다.

경영대학원과 경영전문대학원 중 보통 MBA라 불리는 곳은 후자이다. 물론 전자도 MBA를 칭할 수 있지만, '진료과목 피부과'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AACSB, EQUIS 인증 등은 후자인 경영전문대학원을 대상으로 하고, 교환학생이나 인턴십 같은 과정도 거의 대부분 경영전문대학원 쪽에 있다. 국제인증, 프로그램, 코스의 볼륨 측면에서 경영대학원과 경영전문대학원은 상당한 차이가 난다.

전자와 후자 중에 고민이 된다면 자신의 욕망과 솔직하게 마주할 필요가 있다. 당신은 편입 대신 석사학위를 택했다. 그렇다면 석사학위가 갖고 싶은지, '명문대' 석사학위가 갖고 싶은지가 문제가 된다. 같은 조건이라면 당연히 후자겠지만, 조건이 같지 않다. 후자가 훨씬 많은 시간과 돈을 필요로 한다. (직장에 다니며 대학원 수업 4과목을 따라간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수업만 듣는다면 어떻게든 되겠지만, 내실을 다지며 무언가를 많이 얻어가고자 한다면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것이다)

나는 고민 끝에 전자를 택했다. 직장에 다니며 교환학생이나 인턴십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4학기에 그랜저 한 대 값인 학비도 도저히 감당이 안 되었으므로, 형편에 맞추어 가기로 하였다.

처음 경영대학원 진학을 생각하며 인터넷을 검색할 때, 뾰족한 답을 내놓은 글은 보이지 않았고, 선택은 온전히 나의 몫이었다. 외롭고 긴 고민의 시간이었다. 지금 회계학 석사를 생각하는 당신에게 이 글이 약간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진학을 고민할 때 엄태웅 선생님의 <나의 유학도전 실패 이야기>, <나의 유학도전 성공 이야기>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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