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콕스 엔데버 오리지널 레트로 PBT 무접점 텐키리스 키보드 35g을 샀다. 2주 정도 사용하고 후기를 남긴다. 새 키보드를 고를 때 중요하게 생각한 조건은 3+3가지였다. 1) 저소음 2) 흰색과 연회색의 옛날 배색 3) 만족스러운 키감 4) (가급적) 유선 연결 5) (가급적) LED 없음 6) (가급적) 텐키리스 그동안 사용하던 한성 GK787S의 키압(스펙상 45g)은 나에게 좀 애매했다. 확실히 입력하기 위해 힘있게 누르면 바닥을 쳐서 손끝에 충격이 전해졌고, 팅팅거리는 소리가 났다. 고장난 라디오처럼 근무시간 내내 주절거리는 직장동료가 있을 때는 소음이 별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그 사람이 떠나고 난 뒤 알프스 목장처럼 조용해진 사무실에서 이 키보드가 퍼뜨리는 소리는 너무나 날카로웠다. 평화로운..

42mm짜리 시계가 커 보일 정도로 손목이 가느다란 남자가 시계를 고르는 과정은 슬픈 탐색의 연속이다. 여러 해 동안 어려운 선택을 하며, 나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세웠다. 1. 사이즈는 35~40mm 2. 스타일이 서로 달라야 한다. 3. 서브를 사지 않는다. 비싼 시계를 사서, 기존 시계를 서브로 만든다. 4. 무브먼트는 쿼츠. 5. 필드워치를 사지 않는다. 깨먹어도 아깝지 않은 시계가 필드워치다. 6. 정장에 어울리면 그게 드레스워치다. 7. 잃어버려도 아깝지 않으면 그게 여행용 시계다. 8. 조건이 맞는데 여성용이라면… 고민한다. 원칙을 하나씩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35~40mm 가장 지키기 힘든 원칙이다. 사이즈를 40mm 이하로 제한하면(그리고 무브먼트를 쿼츠로 제한하면) 고를 만한 선..
'장비를 바꾸어도 사진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은 '소득이 증가하더라도 더 행복해지지는 않는다'는 말과 유사하다. 옳을 수도 있다. 하지만 2만 달러의 소득이 산소처럼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듯 충분히 좋은 카메라도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이 '당연함의 바깥'에 있는 사람에게는 소득이나 장비가 중요하지 않다는 취지의 경구가 천국의 풍월처럼 들릴 것이다. 나의 첫 디지털 카메라는 펜탁스 옵티오 S4였다. 400만 화소가 좋은 똑딱이의 기준처럼 통하던 시절에 구입한, 400만 화소짜리 똑딱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카메라는 ISO 200이 최대 감도였고, 광량이 조금만 부족해도 심각한 언더가 났다. 노이즈가 많았고, 렌즈의 해상력이 센서의 해상도를 못 따라갔기 때문에 나는 이 똑딱이를 200만 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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