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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빨리 독립하고 싶었고, 순번이 많이 남은 행복주택은 입주까지 1년은 기다려야 한대서, 청약을 넣었는데 설마 될 줄은 몰랐지. 그렇게 나는 인생 최대의 충동구매를 했다.
신도시의 자그마한 신축 아파트. 내가 사본 제일 비싼 것에 대한 후기를 남긴다.
1. 갈아탈 생각이 있다면 74m²가 아닌 85m²
85m²와 똑같이 방3 화2 구조를 뽑아낸다면, 74m²는 작은방이 좁아지든 거실이 좁아지든, 어딘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모델하우스에서 볼 때는 별 차이가 안 느껴질 수 있지만, 가구를 놓으면 아무래도 비교가 된다.
미니멀한 인테리어를 유지하고, 협소주택의 수납 아이디어를 참고하면 74m²를 85m²처럼 쓸 수도 있다. 직사각형의 긴 변이 남향 또는 남동향인 74m²라면, 직사각형의 짧은 변이 남서향이고 긴 변이 북서향인 85m² 부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이 그렇게 마음대로 될 리가 없다.
몇 년 안에 갈아탈 생각이 있다면, 74m²보다는 85m²를 사는 편을 추천하고 싶다. 85m²가 너무 비싸서 도저히 못 사겠다면, 차라리 59m²가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74m²은 확실히 싸지도 않고, 확실히 넓지도 않아서, 같은 단지의 85m²에 비해 거래량이 적은 편이다. 그래서 당신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가격으로 처분하기 힘들 수 있고, 갈아타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갈아탈 생각이 없다면, 74m²도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고, 구입할 때는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2. 집값 말고 1~2천만 원 정도를 현금으로 남겨 두는 편이 좋다
취득세, 인지대, 국민주택채권 할인료, 법무사비용, 근저당권 설정비용, 관리비예치금, 이사비, 입주청소비… 할부가 잘 안 되는 비용들이다. 침대,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같은 것들도 이사하는 김에 바꾸면 좋은데, 욕심 나는 대로 할부를 긁으면 한동안 카드값에 허덕일 것이다. 그래서 집값 말고 1~2천만 원 정도를 현금으로 남겨 놓고, 초기비용을 일시불로 털고 가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3. 입주청소와 등기는 돈 주고 맡기면 편하다
셀프 입주청소와 셀프 등기 경험이 많다면, 화이팅이다. 하지만 둘 다 처음이라면, 둘 중 하나는 돈 주고 맡기는 것을 추천한다. 시급이 세전 1.5만원 이상이라면, 단언컨대 사람을 사는 편이 싸다. 청소나 등기에 신경 쓸 시간에 좀 더 좋은 조건의 주담대를 찾고 계약서를 좀 더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수고한 자신에게 휴식을 줄 수 있다.
4. 생각보다 바뀌는 게 없다
열네 살까지 열두 번 이사를 다녀서 이사라면 지긋지긋했고, 마흔 살 무렵에는 무조건 자가를 마련해야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만큼 주거의 안정이 절실했다.
내 집이 생긴 첫 달은 방에 들어와 눕기만 해도 행복했다. 한 달이 지나니 외롭고, 방에는 먼지와 머리카락이 굴러다녀서 잊을 만하면 청소를 해야 하고, 빨래통에는 빨래가 산더미고, 냉장고엔 먹을 게 없고, 모아둔 돈은 줄어드는데 상환일은 꼬박꼬박 찾아오고, 뭐 하나 살 때마다 통장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일상의 무게가 찾아왔다.
물론 바뀐 건 있었다. 내가 원하는 인테리어를 해도 되고, 언제까지든 이 집에서 살아도 되고, 집값이 오르면 그만큼 나의 재산이 늘어난다. 하지만 우리가 호흡할 때마다 산소에 감사하지 않는 것처럼, 내 소유의 집이 매번 감동스럽지는 않다. 얼마 지나지 않아 놀라울 정도로 익숙해진다. 그래서 생각보다 바뀌는 게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감정의 파도가 나를 쓸어가기 전에 취미생활이든 운동이든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5. 밥을 해 먹는 날이 그리 많지 않다
요리가 취미이고 집밥을 좋아하지만, 집에서 밥을 해 먹는 날이 그리 많지 않았다. 예쁜 주방용품이나 커틀러리는 천천히 모아도 될 것 같다.
6. 현관문이 하루의 기분을 결정한다
조금 더 돈을 들여서 좋은 도어스토퍼와 예쁜 장식을 달아 주자.
7. 씀씀이가 더 빡빡해진다
집을 샀으니 당분간 돈 좀 쓰면서 살아야지─
는 나의 착각이었다. 지금까지 미뤄둔 자동차나 가전제품의 구입·교체·유지보수, 나의 노후준비에 들어갈 돈들이 줄을 서 있다. 집도 있는 사람이 왜 저렇게 쪼잔하게 굴지, 하는 생각을 예전에 가끔 했던 것 같은데, 중기 재무계획을 세워 보니 그 사람들의 행동이 이해가 갔다. 씀씀이가 늘어날 수가 없다.
따라서 나에게 선물을 주고 싶다면 집을 계약한 그 날, 예산 안에서 가장 비싼 걸 주문하자. 옷이든 백이든 시계든 당분간 그것보다 비싼 것을 살 여유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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